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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기술평가모델 ABC]"핵심은 '선택형 지표'…안착까지 시간 걸릴 것"④유철현 특허법인BLT 대표 "산업·기술별 지표 공식화, '스토리텔링' 중요성 커"

안준호 기자공개 2023-05-18 13:46:44

[편집자주]

기술성 평가는 특례상장 제도의 핵심 절차다. 바이오 벤처기업의 증시 입성을 돕기 위해 만들어 졌으나 IT와 인공지능, 제조 기업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한국거래소 역시 급변하는 산업 흐름에 맞춰 기존 평가제도를 개선한 표준 기술평가모델을 선보였다. 더벨은 새 기술성 평가 모델의 내용을 들여다 보고 예비 상장사에 끼칠 영향을 짚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8일 10: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상장 과정에는 크게 세 명의 플레이어들이 존재한다. 당사자인 기업과 심사를 맡은 한국거래소, 이를 중간에서 조율하는 증권사다. 기술특례상장에는 또 하나의 숨은 선수들이 존재한다. 기업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평가 기관과 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돕는 특허법인이다.

상장 파트너인 증권사들은 기평 과정에서 존재감이 약한 편이다. 시장 전문가로 구성된 증권사 인력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술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업무 역시 예비심사 청구 단계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기평 과정에서는 기업의 기술을 객관화하여 제3자에게 잘 대변할 수 있는 조력자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기술 전문가'인 특허법인은 새롭게 도입된 표준 기술평가모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더벨은 특허법인BLT의 유철현 대표변리사를 만나 표준 모델의 핵심 내용과 향후 기평 과정에 끼칠 영향력에 대해 알아봤다. 유 변리사는 특허법인 중에서도 드물게 특례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과 손발을 맞춰 평가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평가 전문가로 꼽힌다.

◇기술성 평가의 '숨은 조력자'
특허법인BLT 유철현 대표변리사
기술성 평가는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시장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다. 기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은 구체적 평가지표를 통해 계량화된 등급으로 판정된다. 이 과정에서 특허법인은 고객의 핵심 경쟁력을 정의하고 이를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설파하는 역할을 맡는다.

유철현 변리사는 "변리사의 기본 업무는 핵심 기술을 이해하고 고객을 대신해 제 3자인 특허청 심사관을 설득하는 것"이라며 "기술 이해도와 함께 차별화 요소를 설득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평 준비 과정에서 우리와 같은 특허법인들이 기업과 함께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법인BLT는 다수 스타트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업종 분포 역시 바이오, 인공지능, 모빌리티 등 다양하다. 현재 기평을 준비 중인 고객사도 적지 않다. 이들 기업들은 표준모델 도입과 함께 향후 기평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상세 내용이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아 유불리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 변리사는 "외부에 알려진 정보가 부족하고, 신규 기평 사례도 나오지 않아 아직까지는 기업 입장에서는 전망을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비 상장사들도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올해 2월 이전 기평을 신청한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고안의 형태를 택했기 때문에 실제 평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하기까지 실제 거래소 의도에 맞춰 안정적 평가가 이뤄지려면 다소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모듈형 지표 도입, 기업별 맞춤형 평가 확대 전망

예비 상장 기업 입장에서 이번 표준 모델 도입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모듈형 지표 시스템의 도입이다. 평가 프로세스의 변화는 기업보다는 평가 기관에 적용되는 부분이 더 많다. 반면 지표 체계의 변화는 전체 배점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평가등급 자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표준 모델은 산업과 기술에 따라 평가 지표를 세분화했다. 바이오와 헬스케어, IT,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서비스 등 5개 산업과 AI·빅데이터, 메타버스, 2차전지, 청정에너지 등 4개 기술이다. 기업은 이 중 1~2개를 선택해 기평을 신청하게 된다. 선택 결과에 따라 평가 기관이 배점을 차등 적용할 수 있다.

이미 기평 기관들은 이전부터 업종별로 세부 평가항목을 조금씩 다르게 적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 모델 도입과 함께 이러한 경향은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표준 모델 가이드라인의 권고 내용에 기초하면 산업별로 기술성과 시장성 배점 비중이 크게 30%까지 차이가 나게 된다.

유 변리사는 "이미 평가 기관들이 표준 모델 이전에도 업종별로 세부 평가 항목을 조금씩 다르게 적용해왔다"며 "이번 개편에서는 여기에 더해 기술별 모듈형 지표를 도입해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했는데, 과거엔 실무자 선에서 적용하고 있던 선택형 지표가 거래소의 공식 가이드라인으로 명시되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데 개편 이전에도 바이오 기업의 기평에서는 기술이전(L/O) 실적이 핵심 요인으로 평가받았다. 새 표준 모델에서는 '기술의 신뢰성' 항목의 선택 지표로 L/O 실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바이오 기업의 경우 향후 L/O 달성 여부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기평 핵심은 기술·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토리텔링'

표준 모델 도입과 함께 기평의 평가 체계 역시 개편됐다. 종전에는 기술성과 시장성(대항목)을 평가하기 위해 6개 중항목, 35개 소항목을 두고 개별 평가지표를 적용했다. 표준 모델은 중항목의 순서를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재배치했다. 35개 소항목은 18개로 간소화했다.

비슷한 내용을 통폐합한 것에 가깝다 보니 기술사업계획서 작성 등 실무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변리사는 "기존에도 기관별로 요구하는 기술사업계획서의 목차가 상이했기 때문에 평가기관 배정 후 수정이 빈번했다"며 "표준 모델도 완전히 새로운 세부 평가항목이 들어온 것은 아니다 보니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평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부각하는 전략은 여전히 중요해질 전망이다. 짧은 평가 기간 동안 유효 등급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핵심 경쟁력과 목표 시장, 향후 달성 가능한 성장치를 적절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소 역시 표준 모델의 중항목 재배치 배경을 설명하며 "각 항목을 정교화하고 기업의 스토리텔링 측면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유 변리사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을 거쳐 만들어진 기술을 분석하고 향후 이익 실현 가능성을 가늠해야 하기 때문에 평가위원들이 소화해야 할 내용이 매우 많다"며 "기술과 사업, 시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기평은 물론 향후 거래소 심사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부스터(booster)형 특허법인' 지향…스타트업 특화 서비스 강점

유철현 변리사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한 뒤 중대형 IP로펌을 거쳐 BLT를 공동 설립했다. 대다수 특허법인들이 대기업의 특허 관련 업무를 맡던 시절이지만 초기부터 스타트업 특화 법인을 지향했다.

그는 "대기업 업무에서는 변리사로서의 할 수 있는 업무에 제약이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사업모델을 생각했다"며 "현재 특허법인들이 대기업에서 출발해 스타트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정반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테크(Tech) 기반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지며 변리사 업계도 스타트업과의 접점이 늘고 있다. 변리사 출신 벤처캐피탈(VC) 심사역을 찾는 것이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적재산권(IP)이 중요한 산업에 투자할 경우 기술 이해도가 높은 변리사 출신의 경쟁력이 더욱 힘을 발휘한다.

유 변리사 역시 대형 법인 재직 시절부터 기술과 투자, 시장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컸다. 2013년 VC협회에서 주관하는 한국 벤처캐피탈리스트 양성 과정 16기로 참여하기도 했다. 고객사도 헬스케어, 빅데이터, 핀테크 등 각종 분야 스타트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비 상장 기업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기업의 기평 준비를 돕는 IPO 관련 연례 컨퍼런스나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BLT특허법인의 지향점은 '국내 최초의 부스터(booster)형 특허법인'이다. 기업의 성장곡선이나 투자유치 단계에 따라 적절한 IP 전략을 제시하고 성장을 돕는 전략이다. 특례상장 준비 기업에게 기술특례상장 준비를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허 출원이 길게는 2~3년까지 걸리는 장기간의 레이스인 만큼 초기 단계에서 IP 전략을 세울 경우 향후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유 변리사는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는 IP 전략과 향후 라운드까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공하고 있다"며 "전문가 참여 워크숍을 활용해 맞춤형 특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구축하는 FIT(Fast Idea Track) 서비스, 케어플러스(CARE+) 서비스도 BLT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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