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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대선조선, 부채비율 상승 속 진짜 위기 '유동성 부족'6개월 사이 유동비율 104%→56%... 공정 지연에 중도금·인도대금 수취 늦어져

강용규 기자공개 2023-09-25 09:20:40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08시12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형조선사 대선조선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적자를 쌓으며 부채비율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당장 선박 건조에 필요한 유동성의 부족이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조선의 유동성 위기는 현금 유입의 지연과 기존 장기차입금의 만기 도래가 겹쳐 빚어진 일시적 현상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대선조선이 이 위기를 넘기 위해 자구노력뿐만 아니라 외부 지원도 필요하다는 시선이 제기된다.

대선조선은 2023년 상반기 말 개별기준 부채비율이 567.3%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32.5%에서 334.8%p(포인트) 뛰었다. 이 기간 부채총계가 3869원에서 4577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상반기 858억원의 순손실을 보며 자본총계가 1664억원에서 807억원까지 감소한 탓에 부채 부담이 급증했다.

대선조선의 손실은 원재료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선박의 핵심 원재료인 엔진은 마력당 가격이 지난해 55만8598원에서 올해 상반기 89만3290원으로 59.9% 상승했다.

이 기간 공사손실충당금 설정에 따른 충당부채가 장·단기를 합쳐 99억원에서 481억원까지 불어났는데 이 역시 원재료비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예정원가 상승분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결국 상반기 대선조선의 부채비율 급등은 예측 불가능한 외부 요인의 악화 탓이 컸을 뿐 오롯이 대선조선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유동성 부족이 대선조선 재무구조의 '진짜 문제'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대선조선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04.4%로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를 상회하고 있었으나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55.9%까지 떨어졌다.

대선조선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지난해 말 22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62억원으로 71.9%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단기차입부채가 639억원에서 1692억원으로 불어났다. 두 가지 변화가 겹쳐 유동비율이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선조선의 단기차입부채가 불어난 것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장기차입금으로 분류됐던 1111억원이 유동성 장기차입금으로 재분류됐기 때문이다. 대선조선은 선급금과 계약자산(작업 중인 물량) 등을 포함해 1116억원의 기타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예정대로 선박 건조를 진행할 수 있다면 이를 현금화하며 차입 만기에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당장 선박 건조작업에 투입해야 할 현금이 메말라가고 있는 것이 치명적이다. 대선조선 측에서는 숙련공 부족 문제로 선박 건조공정이 지연되면서 중도금 및 인도대금 수취 시점이 밀리고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즉 일시적 차질로 발생한 유동성 이슈라는 것이다.

조선업계의 계약 관행은 선박을 인도할 때 전체 계약금의 대부분을 받는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이다. 조선사들은 최초 계약시 받는 소정의 선수금에 자체 자금을 더해 배를 건조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유동성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조선사 재무라인의 지상과제다.

대선조선은 정부가 주도하는 조선 숙련공 비자(E-7-3)를 통한 외국인 인력 채용에 적극 나서며 숙련공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만 숙련공 충원에 따른 공정 지연 해소는 서서히 진행될 수밖에 없는 반면 유동성 위기는 눈앞의 일이다.

대선조선은 한국수출입은행의 관리를 받다 2021년 동일철강 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민영화됐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불어온 글로벌 선박 발주 훈풍을 타고 수주잔고가 과거 대비 크게 불어난 상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선조선이 '급한 불'만 끌 수 있다면 자력으로 다시 경영정상화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최근 대선조선과 동일철강이 속한 화인그룹의 대주주 장인화 회장이 사재 출연을 검토하고 주거래 은행과 대선조선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등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의 지원을 더해 대선조선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앞당기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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