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재편 그 후]삼호저축, 이례적 산업자본 인수…시너지 효과 '글쎄'⑦예쓰저축,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설립…4개사 부실 정리
이기욱 기자공개 2023-09-26 07:12:44
[편집자주]
저축은행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여년만이다. 79개사 체제로 고속 성장을 이뤄냈던 저축은행업계가 최근 다시 한 번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저축은행의 M&A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재편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 구조조정 사례와 이후 각 사 변화들을 통해 저축은행 업계의 활로 모색 방향을 전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07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옛 예쓰저축은행은 저축은행업계 구조조정의 특수 사례 중 하나다. 대부분의 가교저축은행은 금융지주 또는 대부계 자본에 인수됐으나 예쓰저축은행은 이례적으로 산업자본 품에 안겼다. 영업권과 자산규모 등으로 인수 매력도가 떨어졌던 탓에 수차례 매각 시도가 무산됐고 지방 중소기업인 '삼호산업'에까지 기회가 돌아갔다.삼호산업은 인수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삼호저축은행을 안정적으로 경영해왔다. 다만 다른 저축은행들과 같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대주주의 자금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산업자본과의 시너지 효과 등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 8번 매각 실패 후 산업자본에 대주주 허용
예쓰저축은행은 일반적인 가교저축은행들과는 다른 시작점에서 출발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보다 이전인 2009년 4월에 설립됐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금융위기 직후 발생한 저축은행들을 정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쓰저축은행은 설립 이후 바로 2008년 12월 영업정지된 전북상호저축은행의 자산을 이전했으며 같은 해 11월 제주도의 으뜸상호저축은행도 인수했다. 2008년말 기준 전북상호저축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41.15%를 기록했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도 59.42%에 달했다. 수신액과 여신액은 각각 1737억원, 1891억원을 기록했다.
으뜸상호저축은행은 2009년 8월 영업정지를 당했다. 6월말 기준 BIS자기자본비율은 -14.23%,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6.05%를 기록했다. 수신과 여신은 각각 5786억원, 6115억원으로 전북상호저축은행보다 큰 규모를 자랑했다.
두 은행의 자산을 이전받은 예쓰저축은행은 1차적인 부실 정리에 성공했다. 2009년말 BIS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7.31%, 16.04%로 개선시켰다. 두 저축은행을 합쳐 8000억원 수준이었던 여신액은 76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예금보험공사는 2010년 1월 곧장 공개매각을 추진했다. 제도권 금융진출을 노리던 아프로파이낸셜대부(현 OK금융그룹)가 5월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지만 당시 진행된 검찰 조사로 인해 무산됐다. 9월에는 KIC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됐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예쓰저축은행 매각은 해를 넘기게 됐고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다. 예보는 예쓰저축은행을 다시 부실저축은행 정리에 활용했다. 같은 해 9월 전주상호저축은행과 보해상호저축은행의 자산 및 부채를 넘겨받았다.
6월말 기준 전주상호저축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27.58%로 나타났으며 보해상호저축은행 역시 -187.2%로 자본잠식 상태가 심각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각각 56.13%, 91.46%로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총 자산은 각각 3725억원, 3505억원으로 2010년말 예쓰저축은행의 자산(2350억원) 보다 규모가 컸다.
두 저축은행 자산 이전 이후 예쓰저축은행의 자산은 2011년말 523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수신 역시 2377억원에서 4938억원으로 107.7% 증가했고 여신도 614억원에서 2023억원으로 229.5% 늘어났다.
예쓰저축은행은 이듬해말 자산을 2137억원으로 59.1% 줄였다. 수신이 4938억원에서 2012억원으로 59.3% 줄어들었고 여신도 30.3% 감소했다. BIS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각각 5.84%, 37.4%로 일부 개선시켰다.
예보는 부실 정리와 함께 매각도 꾸준히 추진했다. 하지만 다른 가교저축은행들에 비해 작은 자산규모와 군산, 제주, 전북 등 비수도권 위주의 영업권이 인수 매력을 떨어트렸다. 2010년도 최초 시도 이후 2013년까지 총 8번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불발됐다.
지속된 매각 실패에 금융당국과 예보는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꾸준히 인수 의지를 드러냈던 전주 지역 부동산관리기업 '삼호산업'에 금융업 진출 기회를 열어줬다. 삼호산업은 2012년 5월 한 차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으나 당시에는 산업자본에 엄격했던 대주주적격성 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3년 11월 삼호산업의 예쓰저축은행 인수가 최종 결정됐고 이듬해 4월 인수가 완료됐다.
◇증자 100억 단 한 번에 그쳐…타 가교저축 대비 성장세 더뎌
삼호산업은 2014년 5월 상호명을 예쓰저축은행에서 삼호저축은행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증자를 통해 자본금도 100억원 늘렸다. 인수 첫 해에는 총 자산이 1261억원으로 전년말(1599억원) 대비 21.1% 줄어들었지만 이후에는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BIS자기자본비율도 2013년말 5.2%에서 2014년말 18.15%로 12.95%포인트 개선됐다.
건전성 지표 개선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4년까지 30%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이어졌고 2015년에도 26.47%를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9년말까지도 10%대 이상의 수치를 기록하다가 2020년(9.3%)이 돼서야 10% 아래로 떨어졌다.
자산의 성장 속도도 대부계 또는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에 크게 못미쳤다. 지난해말 기준 삼호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3301억원을 기록했다. 인수 이후 약 10년동안 두 배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다. 79개 저축은행 중 61위에 해당한다. 삼호산업 자체도 최초 증자 이후 자본 확충을 하지 않는 등 기업 육성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산업자본과의 시너지효과 또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호산업은 극동건설(33.6%), 삼송개발(16.6%) 등이 주요 주주로 있는 건설사 계열 회사다. 하지만 삼호저축은행은 출범 이후 오랜 기간 소매금융 위주로 영업 전략을 펼쳐왔다.
인수 직후인 2014년 6월말 44.13%였던 개인대출 비중은 오히려 매년 확대됐고 2018년말 65.58%까지 상승했다. 이후 코로나19 시기가 돼서야 다시 기업 대출이 늘어났고 2020년말 56.03%, 51.16% 등으로 비중이 확대됐다.
순익은 매년 소규모 흑자를 유지했다. 2021년말 113억원을 제외 매년 100억원 미만의 순익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순익 총합은 441억원이다. 연 평균 49억원 수준이다. 배당 수익은 올해 단 한 번 42억원을 거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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